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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03 1

[16~20]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 산촌(山村)에 눈이 오니 돌길이 묻혔어라

시비(柴扉)를 열지 마라 날 찾을 이 뉘 있으랴

밤중만 일편명월(一片明月)이 긔 벗인가 하노라

 

󰊲 ()밖에 워석버석 임이신가 일어 보니

혜란 혜경(蕙蘭蹊徑)*에 낙엽(落葉)은 무슨 일이고

어즈버 유한한 간장(肝腸)이 다 긏을까 하노

 

󰊳 노래 삼긴 사람 시름도 하도 할샤

일러 다 못 일러 불러나 풀었던가

진실로 풀릴 것이면은 나도 불러 보리라

 

- 신흠, 방옹시여(放翁詩餘)-

 

*혜란 혜경:난초가 자라난 지름길.

 

 

()

너를 꿈꾼 밤

문득 인기척에

잠이 깨었다.

문턱에 귀대고 엿들을 땐

거기 아무도 없었는데

베개 고쳐 누우면

지척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나뭇가지 스치는 소매깃 소리.

아아, 네가 왔구나.

산 넘고 물 건너

누런 해 지지 않는 서역(西域) 땅에서

나직이 신발을 끌고 와

다정하게 부르는

너의 목소리,

오냐, 오냐,

안쓰런 마음은 만리 길인데

황망히 문을 열고 뛰쳐나가면

밖엔 하염없이 내리는 가랑비 소리,

후두둑,

댓잎 끝에 방울지는

봄비 소리.

- 오세영, 너의 목소리-

 

16.()()의 표현상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영탄적 표현을 통해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명사로 시상을 마무리하여 시적 여운을 자아내고 있다.

의문형 진술을 활용하여 심리적 태도를 부각하고 있다.

말을 건네는 방식을 사용하여 친밀감을 강화하고 있다.

자연물에 인격을 부여하여 주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17.다음은 탐구 학습을 통해 ()󰊲()를 비교하여 정리한 내용이다. ~ㅁ 중, 적절하지 않은 것은? [3]

시적 상황

작품상의 공통점

()󰊲

()

계절적 이미지가 분위기 형성에 기여함.

상황 판단의 근거로 감각적 현상을 제시함.

상대방에 대한 심경이 행동을 통해 표출됨.

판단 오류의 원인이 시간적 배경에 있음을 드러냄.

부재하는 대상에 대한 화자의 반응을 중심으로 시상이 전개됨.

 

 

 

 

18.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에는 과 달리 화자의 소망이 투영되어 있다.

② ㉡에는 과 달리 화자의 억울한 심정이 내재되어 있다.

③ ㉠에는 화자의 단절감이, 에는 화자의 기대감이 담겨 있다.

④ ㉠에는 냉소적 태도가, 에는 관조적 태도가 반영되어 있다.

⑤ ㉠에는 결핍 상태가 충족된 내면 심리가 나타나 있다.

 

 

 

 

19.<보기>를 바탕으로 ()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보 기 >

 

 

 

 

()는 선조의 총애를 받던 신흠이 선조 사후 계축옥사에 연루되어 관직을 박탈당하고 김포로 내쫓겼던 시기에 쓴 시조 30수 중 일부이다. 이들 30수는 자연 지향, 세태 비판, 연군, 취흥 등의 다양한 주제 의식을 형성하고 있으며, 우리말 시가에 대한 작가의 인식도 엿볼 수 있다. 그 서문 격인 방옹시여서에는 창작 당시 그의 심경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내 이미 전원으로 돌아오매 세상이 진실로 나를 버렸고 나 또한 세상사에 지쳤기 때문이다.”

 

 

산촌은 세상과 대비되는 공간으로서의 자연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겠군.

일편명월은 세태를 비판하고 자신의 억울한 처지를 호소하는 작가를 상징하는 것이겠군.

을 군왕으로 이해한다면 간장이 다 긏을까 하노라는 임금을 향한 신하의 애끓는 심정이 함축된 것이겠군.

시름은 정치적 혼란기에 정계에서 쫓겨나 버림받은 작자의 복잡한 심경을 나타내는 것이겠군.

노래는 세상사에 지치고 뒤엉킨 작가의 마음을 풀어 내는 수단으로서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겠군.

 

 

 

 

20.~와 관련하여 ()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화자가 꾼 은 빗소리를 로 여기는 계기가 된다고 볼 수 있겠군.

에 대한 화자의 그리움이 고조됨에 따라 빗소리가 에서 로 인식된다고 볼 수 있겠군.

산 넘고 물 건너들려오는 것이기에 화자에게 반가움과 동시에 과거의 추억을 환기한다고 볼 수 있겠군.

하염없이 내리는는 하강의 이미지를 통해 만남이 무산된 화자의 좌절감과 조응한다고 볼 수 있겠군.

임을 알고 난 후의 화자의 허탈감이 후두둑을 통해 청각적 이미지로 부각된다고 볼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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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0] (시가복합) () 신흠, 방옹시여/() 오세영, 너의 목소리

() 신흠, 방옹시여

이 작품은 조선 시대 신흠이 계축옥사에 연루되어 김포에 방축되었을 때 쓴 것으로 추정되는 30수의 시조 모음 중 세 수를 제시한 것이다. 󰊱은 산촌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겠다는 은둔을 지향하는 뜻을 밝히고 있다. 󰊲는 가을 낙엽 소리에 이 오셨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어나는 화자의 모습을 통해 부재하는 대상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고 있다. 󰊳은 어지러운 세상사를 살아가며 생기는 깊은 시름을 말로 다 못하여 노래를 통해 풀어보고자 하는 화자의 정서를 담고 있다.

참고로 이 작품의 제목을 여느 시조처럼 방옹시여라고 부르기에는 모호한 측면이 있다. <보기>에서 설명했듯이 이 작품은 신흠이 쓴 시조 30수를 모아 놓은 것이다. 작품명을 이렇게 부르는 것은 진본 󰡔청구영언󰡕에 신흠의 시조 30수가 수록되어 있고 그 마지막에 작가가 방옹시여서라고 서문을 적고 있기 때문이다. ‘방옹은 작가가 스스로를 지칭하는 말이고 시여는 시조를 일컫는 말이다. 이 시조를 연시조로 보느냐, 연작 시조로 보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연구 중이다.

() 오세영, 너의 목소리

이 작품은 부재하는 대상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청각적 이미지를 통해 아름답게 형상화하고 있다. 화자는 를 꿈꾼 밤에 문 밖 인기척에 잠을 깨며 혹시 가 온 것이 아닐까 귀 기울인다. 소리는 점점 발자국 소리, 나뭇가지 스치는 소매깃 소리로 들려오고 너의 목소리까지 들리는 듯하지만, 반가움에 문을 열고 나가 보았으나 결국 소리의 정체가 빗소리임을 안 후 슬픔과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빗소리를 의 기척으로 착각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화자의 에 대한 그리움에 있다.

16.[출제의도] 작품의 표현상의 공통점을 파악한다.

()󰊲에서 어즈버라는 의미의 감탄사로 영탄적 표현에 해당하고, 󰊱긔 벗인가 하노라󰊳시름도 하도 할샤(많기도 많구나)’에서 영탄적 표현이 엿보인다. ()아아, 네가 왔구나’, ‘오냐, 오냐에서 영탄적 표현이 드러난다.

[오답풀이] 봄비 소리에서 보듯이 명사로 시상을 종결하는 것은 ()에만 해당된다. 의문형 진술은 󰊱에서 뉘 있으랴’, 󰊲에서 무슨 일이고󰊳에서 풀었던가와 같이 ()에만 해당된다.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 󰊱에서 열지 마라가 있지만 친근감을 형성하지는 않는다. ()는 청자 가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으로 화자가 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시상을 전개하며 친밀함을 부각하고 있다. ()󰊱에서 일편명월긔 벗이라 하며 자연물에 인격을 부여하고 있다. ()에서는 자연물에 인격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17.[출제의도] 작품 간의 공통점을 파악한다.

()󰊲()의 시적 상황에서의 공통점은 부재하는 대상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그리움으로 인해 낙엽소리와 빗소리, ‘이나 가 오는 소리로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 현상에 대해 착각하게 되는 근본 원인은 정서에 있는 것이지 가을이나 ’, 혹은 이라는 시간적 배경에 있는 것이 아니다. 즉 가을이라서 그립고, 봄이라서 그리운 것이 아니라 그립기 때문에 낙엽소리도, ‘빗소리의 소리로 들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움의 마음일 때는 세상 모든 것이 그리움으로 보이고 그리움으로 들린다.

[오답풀이] ()󰊲에서 낙엽’, ()에서 봄비를 통해 계절적 이미지가 분위기 형성에 기여함을 엿볼 수 있다. ()󰊲워석버석은 낙엽 밟히는 소리로 청각적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에서도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는 청각적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화자는 외부 소리를 통해 가 온 것이라 판단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상황 판단의 근거로 감각적 현상을 제시하고 있다. 가 왔다고 생각한 각각의 화자가 일어나고 뛰쳐나가는 행위를 통해 상대방을 그리워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부재하는 대상에 대해 귀 기울이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 확인한 후 안타깝게 여기는 과정 전체가 화자의 반응이라 할 수 있다.

18.[출제의도] 작품 간 시구의 의미를 비교한다.

()󰊱에서 화자가 시비(사립문)를 열지 마라는 것은 외부 세계를 차단하려는 뜻을 드러내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뒤 구절에서 날 찾을 이 뉘 있으랴고 말한 것을 통해 에서의 단절감이 더욱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에서 문을 열고는 문밖에 가 와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나가려는 행동이다. 따라서 에는 화자의 기대감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답풀이] ① ㉠에서 화자는 문을 열지 말 것을 명령하고 있고, 에서 화자는 를 만나기를 소망하고 있다. ② ㉡에 억울한 심정이 내재되었다고 볼 수 없다. 냉소란 비웃음을 의미한다. 이 냉소적 태도를 지녔다고 보기는 어렵다. ‘관조란 조용한 마음으로 대상의 본질을 바라보는 것을 이른다. 은 그리움의 정서가 행동으로 표출되고 있는 작품이므로 관조적 태도가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두 작품 모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19.[출제의도] 외적 준거를 바탕으로 작품을 감상한다.

<보기>에 의하면, ()는 정계에서 축출된 작자가 자연에 은둔하며, 임금을 그리워하고, 세상사에 대한 근심을 풀 길 없어 노래를 불러 보고자 하는 면면을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일편명월은 작가의 분신이라기보다 작가가 지향하고자 하는 자연 세계의 한 부분으로 자신의 고독한 처지를 부각하는 자연물이자, 유일하게 벗이 되어줄 만한 자연물로서의 이라고 할 수 있다.

[오답풀이] 산촌은 작가가 지향 내지 은둔하고자 하는 공간으로 세상과 대비되는 공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③ <보기>에 의하면 󰊲는 연군의 시조로 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은 임금으로 파악되고, ‘유한한 ~ 하노라에는 임금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담은 신하의 심정이 함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정계에서 축출된 작가의 처지를 고려한다면 시름은 어지러운 시대를 살아가며 생기는 세상사에 대한 염려나 작가의 복잡한 심경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⑤ 󰊳에서는 노래의 기능이 세상사의 시름을 풀어내는 데에 있음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작가의 우리말 시가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즉 말로 다 표출하지 못한 심회를 시조로는 풀 수 있다는 것으로, 시름을 푸는 것이 시조의 본질이며 우리나라 사람이 느낀 감정을 진솔하게 노래로 부를 수 있는 갈래로서 시조의 존재 가치에 대한 작가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20.[출제의도] 작품의 의미를 파악한다.

시에서 서역은 일반적으로 저승을 의미할 때가 많다. ()에서 가 화자가 있는 곳까지 오기 위해 산 넘고 물 건너와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멀고 험한 곳에서 온다는 뜻이다. 특히 누런 해지지 않는 서역 땅을 통해 의 죽음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들리는 너의 목소리는 실제가 아닌 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해 들리는 환청과도 같은 것이다. 화자는 아아, 네가 왔구나.’라고 반가움을 표현하고 있으나 과거의 추억을 환기하고 있는 내용은 본문에서 확인할 수 없다.

[오답풀이] 화자는 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해 을 꾸고 빗소리를 발자국 소리로 착각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에 대한 그리움이 커갈수록 빗소리를 발자국 소리에서 너의 목소리로 보다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됨을 엿볼 수 있다. 비는 하강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화자는 를 만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을 열지만 그 순간 의 부재를 더욱 확인할 뿐이다. 따라서 하염없이 내리는에는 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화자의 좌절감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기대감이 고조되었던 만큼 너의 목소리가 빗소리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의 허탈감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화자의 심정이 후두둑을 통해 청각적 이미지로 부각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