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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03 1

[25~2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그 아이는 안 죽었소. 누가 내린 자식이라고 그리 쉽게 죽을 것 같소? 틀림없이 미륵보살님이 지켜 주고 계실 것이요.”

뭣이라고? 함께 갔던 친구가 하는 말인데, 그러먼 그 녀석이 거짓말을 했단 말이여?”

어젯밤 꿈에도 그 아이가 저 건너 미륵바위 곁에 서 있습디다. 꼭 옛날 당신이 징용 가셨을 때 미륵바위 곁에 서 계셨던 것맨키로 의젓하게 서서 웃고 있습디다.”

한몰댁은 마치 남의 이야기하듯 차근하게 말했다.

뭣이? 옛날 징용 갔을 적에 임자 꿈에 내가 미륵바위 곁에 서 있었던 것맨키로?”

영감은 눈을 끔벅이며 할멈을 건너다봤다. 그때 일은 너무도 신통했다. 탄광에서 갱도가 무너져 죽었다고 집에 사망 통지서까지 온 영감이 죽지 않고 살아왔던 것이다.

왜정 때 북해도 탄광에 징용으로 끌려갔을 때였다. 교대를 하러 갱으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배탈이 났다. 평소 그를 곱게 보던 십장이 함바에서 쉬라고 했다. 그 뒤 한 시간도 채 못 되어 탄광은 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낙반 사고였다. 구조를 하느라 탄광은 벌집을 쑤셔 놓은 꼴이었다. 그러나 갱 사정을 손바닥 보듯 알고 있던 영감은 그들을 구출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순간, 도망치자는 생각이 번개처럼 머리를 쳤다. 도둑놈은 시끄러울 때가 좋더라고 도망치기에는 이보다 좋은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더구나 자기가 갱 속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은 십장만 알고 있는데, 그도 갱 속에 들어갔으므로 자기가 없으면 갱에서 죽은 걸로 치부할 게 틀림없었다.

주먹을 사려쥐었다. 그러나 탈주는 목숨을 거는 일이었다. 잡히면 그대로 총살이었다. 광부였지만 전시 동원령에 따라 끌려왔기 때문에 그들의 탈주도 군인들 탈영하고 똑같이 취급됐다. 그렇지만 여기 있으면 자기도 언제 죽을지 몰랐다. 전시물자 수급이 달리자 목표량 채우기에만 눈이 뒤집혀 안전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몽둥이로 소 몰듯 몰아치기만 했다. 작업 조건도 조건이지만 우선 밥이 적어 견딜 수가 없었다. 이판사판이었다. 예사 때도 지나새나* 궁리가 그 궁리였으므로 도망칠 길목은 웬만큼 어림잡고 있었다. 밤이 이슥하기를 기다려 철조망을 뛰어넘었다.

집에는 사망 통지서와 함께 유골이 왔다. 무슨 일인가 하고 나간 시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짚단 무너지듯 까무러쳤다. 그러나 한몰댁은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아무래도 그게 자기 남편 유골 같지 않았고, 죽었다는 실감도 들지 않았다. 그 순간 전날 밤 꿈에 나타난 미륵보살이 떠올랐다. 미륵보살이 인자하게 웃고 있었고, 그 곁에 남편이 의젓하게 서 있었다.

그이는 안 죽었소.”

한몰댁은 시어머니에게 꿈 이야기를 하며 틀림없이 미륵보살님이 지켜 주고 계실 거라 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그런 소리는 귀여겨듣지도 않고 시름시름 앓다가 그 길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렇지만 한몰댁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그때까지 그래왔듯이 새벽마다 미륵바위 앞에서 더 정성스레 치성을 드렸다. 815가 되었다. 꿈결에 싸여 온 듯 남편이 살아왔다.

 

[중략 줄거리]한몰 영감 내외는 625 때 의용군으로 나간 아들이 북쪽에 살아 있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산업화에 의한 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되기 전 지낸 마지막 당제가 끝나고 한몰 영감은 혼자 남아 도깨비들에게 아들의 안전을 지켜 달라고 부탁한.

 

자네들 사는 길속을 내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인디, 만당 간에 그런 일이 있으먼 우리 집 녀석한테 말을 전할 방도를 한번 생각해 보게. 천행으로 그런 방도가 있거든 그 녀석한테 이렇게 쪼깐 전해 주게. 자네 부모들은 둘이 다 무탈한께 그것은 한나도 걱정 말고, 혹간에 그쪽에서 간첩으로 내려가라고 하거든 죽으먼 거그서 죽제 간첩으로는 절대로 내려오지 말라더라고 전해 줘. 이쪽 남한에는 어디를 가나 골목골목 간첩 잡으라는 표때기 안 붙은 데가 없고, 군인이야, 경찰이야, 예비군이야, 더구나 삼천만 원, 오천만 원 상금까지 걸려 어느 한구석 발붙일 데가 없다고 저저이 일러줘. 아무리 지가 홍길동이라 하더라도 여그 와서야 어느 골목에 발을 붙일 것이며, 어느 그늘에 은신을 할 것인가? 없네, 없어. 발붙일 데가 없어.”

영감은 손사래까지 치며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다.

자네들한테 이런 말이라도 하고 난께 속이 쪼깐 터진 것 같네. 사상이 뭣인가 모르겄네마는, 그 사상이란 것도 사람이 살자는 사상이제 죽자는 사상은 아닐 것인디, 피붙이들이 생나무 가지 찢어지듯 찢어져서 삼십 년을 내리 소식 한 번 듣지 못하고 산대서야 그것이 지대로 된 사상이겄어? 아무리 이빨 감시로 총 겨누고 있어도 이 꼴이라먼 이제는 피차에 쪼깐…….”

영감은 말을 뚝 그친다. 저쪽에서 플래시 불이 나타났다. 서울서 밤차를 타고 온 사람들 같았다.

아이고, 사람이 오네. 나 가야겄네. 그럼 돌아온 한식날 보세.”

영감은 담배꽁초를 짓이겨 끄고 부랴부랴 동네로 내닫는다.

이듬해 봄부터 댐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산중턱까지 물이 찬 댐은 물빛이 유난히 푸르렀다. 멀리 바다로 날아가던 물새들도 푸른 물빛에 끌려 여기 내려앉아 자맥질을 하다 떠나고, 하늘에 떠 있는 흰구름도 제 아름다운 자태를 수면에 비춰 보며 한가롭게 멈춰 있기도 했다.

감내골 가는 장구목재 잿길은 재를 넘어 조금 내려가다가 물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동네가 없어졌으므로 댐을 막은 뒤부터 이 길을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따금 극성스런 낚시꾼들이나 바쁜 걸음을 칠 뿐이다. 새벽 장꾼들처럼 바삐 나대던 낚시꾼들은 느닷없이 앞을 가로막는 큼직한 안내판 앞에 우뚝 걸음을 멈춘다. 관광지 안내판 크기의 이 안내판을 읽고 난 낚시꾼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눈을 옆으로 돌린다.

거기 오두막집이 한 채 있다. 싸리나무 울타리가 가지런하고 마당이며 토방이 여간 정갈하지 않다. 토방과 집터서리에는 벌통이 여남은 통 놓여 있고, 집 근처 네댓 마지기 밭에는 조그마한 남새밭을 내놓고는 모두 메밀을 갈아, 가을이면 하얗게 핀 메밀꽃이 따가운 햇살에 눈이 부실 지경이다.

발길이 바쁜 낚시꾼들이지만, 이 집을 보고 나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시 안내판으로 눈이 간다. 안내판 한쪽 귀퉁이에는 호롱불이 걸려 위쪽이 시커멓게 그을려 있고, 그 곁에는 끄트머리에 창의비라 쓰인 비석도 하나 서 있다. 그들은 서툰 글씨지만 정성 들여 또박또박 쓰여 있는 안내판을 다시 읽는다.

이 재 너매 잇뜬 감내골 동내는 저수지 땜을 마거서 한집도 업씨 모두 다 업써저불고, 거그 살든 부님이 어매 한몰댁하고 아배 한몰 영감은 이 집서 산다. 부님이 아배 이름은 김진구다.”

- 송기숙, 당제-

*지나새나:해가 지거나 날이 새거나 밤낮없이.

25.<보기>에서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을 모두 골라 바르게 짝지은 것은?

 

< 보 기 >

 

 

 

 

. 방언을 사용하여 대화를 실감나게 전달하고 있다.

. 사건이 반복되면서 인물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 배경 묘사를 통해 장면을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 주인공이 서술자가 되어 자신의 경험을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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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에 대하여 한몰 영감이 회상했을 법한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낙반 사고 이전에는 탈출을 감행할 생각을 하지 않았지.’

탈출을 결심하고도 동료에 대한 의리 때문에 괴로워했어.’

갱도가 붕괴되었을 때 나도 동료들을 구하려 노력했었지.’

탄광 사람들은 내가 갱도에서 죽었다고 생각했었을 거야.’

내가 갱도에 들어가지 않은 것을 십장이 몰라 다행이었어.’

 

 

 

 

27.<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

 

< 보 기 >

 

 

 

 

당제는 민족 수난의 역사와 산업화를 겪은 농촌을 배경으로 한몰 영감 내외와 마을 사람들이 경험한 아픔을 보여준다. 아래와 같이 이 작품의 두 축은 역사신앙으로, 초월적 세계에 대한 믿음을 통해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해 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드러낸다.

 

 

미륵바위는 개개인이 초월적 세계를 향해 직접적으로 기원할 수 있는 대상이고, ‘마을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당제는 두 세계를 매개하는 의식이다. ‘도깨비는 두 세계의 매개자로서 마을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한다. 이처럼 소설은 현실의 삶이 초월적 세계와의 교류를 통해 지탱되고 이어져 감을 보여 주고 있다.

 

 

남편이 살아 있다는 한몰댁의 확신은 이 소망을 이루어 주어 초월적 세계를 구현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겠군.

한몰댁이 수난을 겪을 때 미륵바위를 찾은 것은 초월적 세계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이겠군.

한몰 영감도깨비에게 아들을 부탁한 것은 현실과 초월적 세계가 교류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겠군.

건설로 감내골이 물에 잠기게 된 것은 산업화 시대의 농촌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보여 주는 것이겠군.

한몰 영감부부가 안내판을 세운 것은 초월적 세계에 대한 믿음이 그들의 삶을 지탱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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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7] (현대소설) 송기숙, 당제

이 작품은 1983년에 발표된 송기숙의 소설로, 제목인 당제란 마을신에게 제사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한몰 영감내외는 삼십 년 전 625 때 의용군으로 나간 아들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부부는 아들이 북쪽에 살아 있다고 믿는데, 이는 한몰댁이 꾼 꿈 때문이다. 미륵보살 곁에 서 있는 한몰 영감의 꿈을 꾼 다음날, ‘한몰댁은 징용에 끌려갔던 남편의 사망 통지서를 받는다. 그러나 그녀는 미륵보살이 남편을 지켜줄 것이라 믿으며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한몰 영감은 살아서 돌아온다. 그런데 아들이 지리산에서 죽었다는 소문이 난 상황에서 한몰댁이 미륵보살 옆에 서 있는 아들의 꿈을 꾸었다는 것이다. 한편 댐 건설로 인해 마을은 수몰될 처지에 놓이고, ‘한몰 영감은 마을에서 지내는 마지막 당제의 제주(祭主)가 되기를 자청한다. 당제가 끝난 뒤 한몰 영감은 홀로 남아 도깨비들에게 아들의 안전을 부탁하는 말을 전한다. 그 후 한몰 영감내외는 마을이 수몰된 이후에도 댐 근처에 집을 짓고 그 집이 누구의 집인지를 알리는 안내판을 세운 뒤 그곳에서 살아간다. 이 작품은 당제, 도깨비 등의 민속 신앙을 통해 일제 강점기에서 625 전쟁, 근대의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이 겪어온 아픔을 극복해 나가려는 감내골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 준다.

25.[출제의도] 작품의 서술상 특징을 이해한다.

이 작품은 한몰 영감한몰댁이 사용하는 방언을 통해 인물의 대화를 실감나게 전달하고 있다. 또한 댐과 오두막집의 풍경을 묘사하여 배경을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오답풀이] . 제시된 부분에는 반복되는 사건이 나타나 있지 않으며, 인물 간 갈등이 심화되는 부분도 나타나 있지 않다. . 이 작품은 작품 밖 서술자가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26.[출제의도] 작품의 세부적 내용을 파악한다.

한몰 영감은 자신이 갱 속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십장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십장 역시 갱에 갇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탄광 사람들은 내가 갱도에서 죽었다고 생각했었을 거야.’한몰 영감이 회상했을 법한 내용에 해당한다.

[오답풀이] 예사 때도 지나새나탄광을 탈출할 궁리를 하고 있었으므로 낙반 사고 이전에는 탈출을 감행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은 적절하지 않다. 낙반 사고 이후 한몰 영감은 갱에 갇힌 동료들을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며, ‘도망치기에는 이보다 좋은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는 점에서 탈출을 결심하고도 동료에 대한 의리 때문에 괴로워했다는 내용은 적절하지 않다. 갱 사정을 손바닥 보듯 알고 있던 영감은 그들을 구출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므로 갱도가 붕괴되었을 때 나도 동료들을 구하려 노력했었지.’라고 생각했다는 내용은 적절하지 않다. 한몰 영감십장외에는 자신이 갱 속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으므로 갱도에 들어가지 않은 것을 십장이 몰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는 내용은 적절하지 않다.

27.[출제의도] 외적 준거를 바탕으로 작품을 감상한다.

<보기>는 이 작품의 두 축인 역사신앙을 중심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으로, 초월적 세계에 대한 믿음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편의 사망 통지서를 받았음에도 한몰댁미륵보살의 꿈을 꾸었다는 이유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미륵바위앞에서 치성을 드린 것은 미륵보살이라는 존재가 남편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한몰댁의 확신은 꿈이 소망을 이루어주어 초월적 세계를 구현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없다.

[오답풀이] 남편이 갱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한몰댁미륵바위를 찾은 것은 미륵보살이라는 신령한 존재를 통해 남편이 살아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보여 준다. 한몰 영감도깨비가 북쪽에 있는 아들에게 자신의 소식을 들려줄 수 있는 초월적 존재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아들에게 소식을 전하고자 하는 현실의 소망을 도깨비라는 초월적 존재를 통해 실현하고자 한다. 의 건설로 인해 감내골이 수몰되면서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야 했던 상황은 산업화 시대농촌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반영한다. 한몰 영감내외는 아들이 북쪽에 살아 있을 것이라 믿으며 아들이 돌아올 때 무사히 집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판을 세운다. 부부가 아들이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는 이유는 한몰댁이 꾼 미륵보살의 꿈과 관련이 있으므로, 초월적 존재가 아들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은 그들이 수몰 이후에도 삶을 지탱하고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