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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범] 12학년도 수능 현대시 곽재구 구두 한 켤레의 시 지문 해설
[청년사범] 12 수능 기출 문학 현대시 지문 해설 공개용.pdf
12 수능 문학 현대시 고전시가 곽재구 구두 한 켤레의 시 김동환 산너머 남촌에는 이광명 북찬가.pdf
현대시는 엄청 쉽습니다.
그읽그풀 하세요~
선 좋아요 ㄳ.
공개 자료 링크
https://1drv.ms/f/s!AvXGQYwQzsF3gwDj2LZElSHOfDtL
모쪼록 열공~
(가)
차례를 지내고 돌아온
구두 밑바닥에
고향의 저문 강물 소리가 묻어 있다
겨울 보리 파랗게 꽂힌 강둑에서
살얼음만 몇 발자국 밟고 왔는데
쑥골 상엿집 흰 눈 속을 넘을 때도
골목 앞 보세점 흐린 불빛 아래서도
찰랑찰랑 강물 소리가 들린다
내 귀는 얼어
한 소절도 듣지 못한 강물 소리를
구두 혼자 어떻게 듣고 왔을까
구두는 지금 황혼
뒤축의 꿈이 몇 번 수습되고
지난 가을 터진 가슴의 어둠 새로
누군가의 살아 있는 오늘의 부끄러운 촉수가
싸리 유채 꽃잎처럼 꿈틀댄다
고향 텃밭의 허름한 꽃과 어둠과
구두는 초면 나는 구면
건성으로 겨울을 보내고 돌아온 내게
고향은 꽃잎 하나 바람 한 점 꾸려 주지 않고
영하 속을 흔들리며 떠나는 내 낡은 구두가
저문 고향의 강물 소리를 들려준다.
출렁출렁 아니 덜그럭덜그럭.
- 곽재구, 「구두 한 켤레의 시」
1~3
차례를 지내고 돌아온 구두 밑바닥에 고향의 저문 강물 소리가 묻어 있다고 합니다.
화자가 구두를 신고 고향에 갔다 왔고, 구두 밑에 고향이 묻어 있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4
계절적 배경은 겨울
5~7
고향에서 별로 많이 돌아다닌 것도 아닌데,
8
강물 소리가 들린다 = 3과 반복.
강물 소리가 구두에 묻어 있다는 것을 강조함.
9
화자의 귀는 얼었다. 겨울이니까 얼었나?
9~11
강물 소리를 들은 구두와 듣지 못한 화자를 대조
따라서 9의 핵심은 겨울이라서 얼었다가 아니라, 화자가 강물 소리를 못 들었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이해하면 됨.
어쨌든 9~11에서 하고 싶은 말은
화자는 (귀가 얼어서) 강물 소리 못 듣고,
구두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강물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밑바닥에 묻어 있다.
12~16
여기가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죠?
다들 낯설어합니다.
제가 한 마디 드릴게요.
시는! 있어 보이게 쓴 게 많다.
시 창작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고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의 언어와 다른 측면이 있고 비유와 함축이 많습니다.
그렇치만 시 ‘읽기’는 다릅니다.
얘가 그냥 멋있어 보이도록 멋진 비유를 쓴 것일 뿐,
알맹이는 참 쉬운 내용이라고 생각하세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쫄지 마세요!
결국 핵심은, 맥락상 이게 무슨 말인가만 이해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12
구두는 지금 황혼.
이 구절의 경우 학생들이 황혼의 낱말 뜻을 몰라서 해석을 못합니다.
이런 일은 없어야 합니다. 어휘력 중요합니다. 기본입니다.
황혼 (黃昏)
「명사」
「1」해가 지고 어스름해질 때. 또는 그때의 어스름한 빛.
「2」사람의 생애나 나라의 운명 따위가 한창인 고비를 지나 쇠퇴하여 종말에 이른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여기선 「2」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따라서 12는 쉽게 말해, 구두가 오래되었고, 낡았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시 창작은 어려울 수 있어도, 시 읽기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13~14
구두 낡아서 뒤축도 닳아서 수선한 적이 있고,
가을엔 구두 가슴이 터졌다.
그냥 구두가 터졌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12번만 제대로 이해했으면 쉽습니다.
15~16
15 여기가 당황스러운 부분인데, 구두의 터진 사이에 있는
‘살아있는’, ‘촉수’ 하면 뭐 밖에 없겠어요?
구두 주인의 발가락입니다. 즉, 화자의 발가락이죠.
16 화자의 발가락이 꿈틀댑니다. 싸리 유채 꽃잎처럼 꿈틀댄다고 하는데, 저는 싸리 유채 꽃잎을 모릅니다. 삭막한 서울에서 나고 자랐어요. (tmi)
아무튼 이렇게 모르는 비유를 보았을 때는, 다음과 같이 이해하세요.
싸리 유채 꽃잎 = 아~ 꿈틀대는 애구나.
15
포인트는 화자가 부끄러운 촉수라고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늘 강조하지만, 문학 작품을 감상할 때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를 간과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됩니다.
화자가 자신의 발가락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확대해석하자면, 화자는 자기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왜 부끄러울까요? 마저 읽어보죠.
17~18
뭐가 보이시나요? 대조입니다. 대조!!
구두는 고향의 허름한 꽃과 어둠과 초면
나는 고향의 허름한 꽃과 어둠과 구면
여기서 끝낼 건가요?
아니죠! 위에 나온 내용이랑 연결하셔야죠.
17~18 + 1~11
구두 고향과 초면 강물 소리 들음.
화자 고향과 구면 강물 소리 못 들음.
19~23
위에서 대조를 잘 하고 읽어 내려왔으면 어렵지 않습니다.
화자 건성으로 겨울을 보내고 돌아옴
구두 건성으로 겨울을 보내고 돌아오지 않았을 것임.
화자 고향이 꽃잎, 바람 안 줬음. 강물 소리 안 줬음. 그래서 못 들음.
구두 고향이 꽃잎, 바람을 줬음. 강물 소리 줬음. 그래서 들음.
23 강물 소리는 출렁출렁이어야 정상인데, 덜그럭덜그럭임.
왜?
구두로부터 들리니까 덜그럭덜드럭이다.
혹은, 고향이 저물어가는 곳(3, 22)이고, 허름한 곳(17)이기 때문에 덜그럭덜그럭.
이렇게 보면,
화자 고향과 구면. 고향의 저문 모습을 못 봤음. 건성으로 보냄. 고향이 강물 소리를 안 들려줘서 못 들음
구두 고향과 초면. 고향의 저문 모습을 잘 봤음. 고향으로부터 소리를 들음. 소리가 구두 밑바닥에 묻음.
화자는 고향에 여러 번 갔음에도 초면인 구두보다 못한 존재가 됨. 그래서 느끼는 감정이 부끄러움.
자, 시 해설이 끝났습니다.
결국, 겉으론 어려운 비유를 쓴 것 같지만, 비교, 대조, 반복만 제대로 찾아도 해석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느끼실 수 있는데, 몇 번 해보다 보면 아무 것도 아니란 걸 알게 될 겁니다.
잘 읽으셨으면 좋아요 ㄳ.